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대립합니까?
전쟁이 끝나고 세계는 새롭게 재편되었다. 세계 역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 사회는 전쟁으로 황폐해졌다. 대신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소련은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과 일본에 맞서 동맹을 맺고 있었지만, 그것은 불안한 동맹이었다. 공동의 적이 사라지고 이질적인 체제로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경제체제 때문이었다. 대공황 이후 미국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후기 자본주의를 선택했고, 소련은 러시아 혁명을 거치면서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체제를 중심으로 세계는 팀을 나누어 재편되었다.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국가로는 미국, 서유럽, 일본, 남한 등이 있고 공산주의 국가로는 소련, 동유럽, 중국, 북한 등이 있다. 두 세계는 체제와 군비 경쟁으로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을 이루었다. 미국과 소련은 모두 막대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국가가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핵전쟁을 의미했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미국과 러시아는 대략 각각 7000기와 7300기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소련이 직접 전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론 전면전으로 갈 수 있는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으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대신 다른 국가들에서 국지적으로 전쟁이 발발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쿠바 미사일 위기, 베를린 위기,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이다. 이렇게 미국과 소련의 전면전 없이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고 체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냉전 시대의 특징이다. 냉전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1945년부터 소련이 개혁과 개방을 외치며 해체된 1991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공산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와 무역 거래를 하지 않고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공산주의 체제가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본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무역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공산주의 국가가 거래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면 되지 않나요?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자본주의의 특성에 기인한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앞에서 논한 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이다.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법은 식민지 개척이다. 식민지는 공급과잉을 해소할 시장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 확보가 필수적인 자본주의의 입장에서는, 자본주의와 무역 거래를 하지 않는 공산주의 국가가 늘어나는 건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시장의 축소는 수요량의 감소를 의미하고 수요량의 감소는 생산 중단, 즉 공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공산주의 국가의 존재 자체가 자본주의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인 공산주의가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하나의 국가가 공산주의 사회로 변하는 것이 다른 공산주의 국가가 침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자본가들을 제거하고 그들 스스로가 생산수단을 공유하면, 그것이 공산주의 혁명이다.
우리는 냉전 시대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냉전은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결과 갈등을 말한다. 우리가 물은 것은 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결해야 하는가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본주의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이 필요한데, 공산주의가 확장되는 것은 곧 시장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자본주의에 위협적이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시장 확보를 위한 전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냉전의 위기도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질이다. 또한 공산주의의 이념적 특성이 이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세계를 떠돌며 자본가와 자본주의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미국과 소련의 대결 국면은 소련의 경기침체와 체제의 비효율성이 드러나며 급격한 전환을 맞이했다. 소련의 연방들은 더 이상 소련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소련은 개혁과 개방 정책으로 선회했고, 1991년 12월 26일, 마침내 소련은 러시아와 15개의 신생 공화국으로 해체되었다. 냉전은 종식되었다. 미국과의 화해와 긴장 완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이를 데탕트라고 한다. 그리고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은 자본주의 독주 시대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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